올해 57세인 알콜의존증 아버지를 둔 23살 딸입니다. 작년에 며칠 내내 술만 마시고 밥도 못먹다가 실려가서 입원했었어요. 서울아산병원에서 28일인지 치료를 받고 멀쩡한 듯한 모습으로 퇴원했지만 퇴원 바로 다음날부터 다시 술을 드셨다고 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아빠는 퇴근하는 즉시 술을 마셔 금방 취하고 취하면 엄마를 못자게 합니다. 취하면 엄마 옆에 붙어앉아서 끊임없이 말을 시키고 안들으면 목을 조릅니다. 아직까진 정말 죽을만큼 한 적은 없지만 갈수록 심해지다보니 엄마는 이제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신다고 하네요. 입원경력도 있으니 아빠가 알콜의존증인건 확실하고 다시 입원해야하는 것도 잘 아는데 문제는 퇴원한 후에 직업이 없어지면 다시 술을 마실 게 뻔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엄마는 이번 방학 한 달동안이라도 입원시키자고 합니다. 그 이상 시킬 경우 학교에 못나가고 그럼 학교를 그만두어야 하거든요. 저희는 그 한달로 아빠가 나아질거라고 믿진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될 지 몰라도 다만 한달이라도 아빠 없이 살고 싶은 거거든요. 그래서 보호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거나 외출을 자주 시키는 병원은 싫습니다. 지난번 입원한 병원에서도 아빠는 의사 앞에선 멀쩡히 행동해서 믿게 만들고 외출을 나오거나 퇴원한 뒤에 우리에게는 전과 다름없었거든요. 저에게 자기는 의사를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도 하더라구요. 글이 길어졌는데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이거 하나입니다. 입원하는 동안 저희 가족이 그냥 아빠를 병원에 맡겨두면 되는 건가요, 아니면 아산병원처럼 면회도 자주 가고 외출도 함께 하는 고달픈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건가요. 하나 더해서 자의로 안가려 할 경우 이송도 되나요. 주변에선 가족의 보호와 사랑이 필요한 거 아니겠냐고 하지만 잘 아시리라 생각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속이 썩어가며 무조건 잘 해드려도 마찬가지거든요. 특히 저는 대학 졸업반이고 엄마도 유방암 환자인지라 그냥 아빠에게서 손을 떼고 싶은 심정입니다. 치료 프로그램이 어떤지 알려주세요. 저희 가족이 한달이라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건가요.
답변글 등록 : 2004-07-13 15:09:17
안녕하세요.
사연을 들으니 환자분으로 인한 가족의 고통이 약간이나마 짐작이 되고 글로 나마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알코올의존을 포함한 약물중독 환자의 경우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가족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심하면 가족 구성원 모두를 파멸로 이끌기도 하는 심각한 문제를 보이곤 합니다.
아마도 심한 아버지의 음주 행동과 동반된 비이성적인 행동에 가족들 모두 많이 지쳐계신 듯 합니다.
알코올리즘 자체는 정신과 영역에서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률이 매우 높은 질환이기는 하지만 치료가 반드시 불가능한 질환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충분한 기간 동안의 입원 치료와 효과적인 약물 및 비약물적 치료, 본인의 치료 의지,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이 동반된 경우에는 비교적 희망적인 결과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일단 가족분들 역시 정신과적 입원 치료가 단순한 격리나 감정적 처벌이 아닌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한 방법으로 생각하시는게 바람직할 것 같고 면회 및 이송에 관련된 문제는 직접 전화로 상담을 받으시기를 권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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