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해서~불안해서~자존심 상해서~
왕따-공주병 등 특히 위험…"정신과 질환"진료 필요
쇼핑을 못하면 안정을 잃고 머리가 아프며 우울할 뿐더러 소화마저 안된다.
집안에 앉아 TV 홈쇼핑으로 온갖 물건을 사들이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여성이 많다. 안 사면 손해 보는 기분이다. 하루라도 홈쇼핑 채널을 못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누군가 쫓아 오는 듯 불안해 견딜 수 없다.
TV 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 10명 중 1명은 1주일에 평균 2회 이상 구입하는 쇼핑 중독현상을 보인다. 단순히 기분 전환차 충동적으로 구매했다가 경증, 중증 쇼핑중독으로 악화할 수 있다. 20-30대, 여성, 고학력, 월소득 200만원 이상이 쇼핑중독증 고위험군이다.
여성은 특히 쇼핑중독에 취약하다. 가정에서의 소외감, 고독감, 상실감, 우울증, 자신감 결여 등으로 인한 심리적 공허를 채우고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물건을 사면서 쇼핑중독은 시작된다.
책임감이 없는 인격장애자, 이룰 수 없는 꿈이 많고,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며, 좌절감을 못 견디는 이가 쇼핑중독에 걸려들기 쉽다. 왕따, 공주병 또는 왕자병도 단골 쇼핑중독자들이다.
중독은 악행(惡行)이 아니다. 뇌의 병에 가깝다.
뇌생리학적으로 시상하부와 편도핵 등이 속한 변연계에 이상이 생기면 중독이 온다.
특히 도파민, 베타엔도르핀, 엔케팔렌 등 쾌락과 진통을 맡는 물질이 나오는 뇌의 쾌락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다.
을지대병원 정신과 정범석 교수는 "세뇌(brain washing) 탓에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와서 지속적인 쇼핑중독에 빠지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물질의 소비와 소유를 통해 얻는 만족은 순간일 뿐이고, 결국 더 큰 허탈감이 남게 되며 이 허탈감을 채우려고 더 큰 소비를 하면 소비와 허탈감의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력해도 쇼핑중독증을 고치기 어렵다면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여느 중독 질환과 마찬가지로 쇼핑중독도 무조건 참아서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우울증, 불안, 불면 증상을 동반하는 수도 많다. 쇼핑중독 증상이 다른 정신과적 질환의 증상 중 하나로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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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중독 체크리스트
1. 쇼핑 습관을 스스로 통제 못한다.
2. 쇼핑할 때 죄책감이 든다.
3. 쇼핑을 하는 데 드는 시간과 돈이 점차 늘어나지만 별다른 느낌이 없다.
4. 가족이 보지 못하도록 쇼핑한 물건을 숨기곤 한다.
5. 쇼핑은 긴장이나 불안감을 풀어주는 취미생활이다.
6. 물건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사는 행위 자체를 더 즐긴다.
7. 쇼핑을 한 뒤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가득하다.
8. 돈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쇼핑을 많이 한다.
9. 얼마나 쇼핑을 많이 하는지 다른 사람이 알면 기절할 것이다.
10. 물건을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
▷건전형: 10개 문항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기분파: 5, 6, 10번. 충동구매를 주의해야 한다.
▷경증 쇼핑중독: 2, 3, 4, 7, 9번. 경증 쇼핑중독에 걸린 상태. 돈을 철저리 관리하고 쇼핑 때 타인을 동행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중증 쇼핑중독: 1, 8번. 중독 증세가 심각하므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는다.